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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리얼리즘-3편] 모델X가 전설 되는 과정 본문

그 차는 나중에 명차가 되었다
단종 소식은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었다.
민수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화면을 다시 올렸다.
“확정”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또렷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말했다.
하자가 많다, 도어가 예민하다, 지금 사는 건 용기다.
민수는 그 말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그는 주차장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팔콘 윙 도어가 반쯤 열렸다가 멈췄다.
민수는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도어는 마지못해 움직였다.
“그래.”
그는 혼잣말했다.
“너답다.”
단종 발표가 나자 커뮤니티 분위기는 묘하게 달라졌다.
욕이 줄고, 기억이 정제되기 시작했다.
“요즘 차들은 너무 무난하지 않냐.”
누군가 그렇게 썼다.
민수는 그 문장을 읽고 잠시 멈췄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같은 사람이
도어 센서 욕을 하고 있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한 달쯤 지나자 말이 바뀌었다.
단차는 철학이 되었고,
소음은 감각이 되었으며,
잦은 AS는 관리의 일부가 되었다.
민수는 서비스센터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커피는 여전히 쓰고, 의자는 여전히 낮았다.
다만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이제 이런 차 안 나오죠.”
누군가 말했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을 내려다봤다.
“그렇죠.”
그 말에는 예전처럼
‘그러니까 감수하세요’라는 뉘앙스가 없었다.
대신
‘지금 이걸 겪고 있는 당신은 소수입니다’라는
묘한 존중이 담겨 있었다.
단종 1년 후, 민수는 중고 사이트를 훑어보다가
자기 차와 같은 연식의 모델 X를 발견했다.
가격은 생각보다 높았다.
설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지금은 다시는 만들 수 없는 구조”
민수는 웃었다.
그 구조 때문에 그는 수없이 버튼을 눌렀고,
비 오는 날마다 하늘을 원망했는데.
그런 말은 이제 아무도 쓰지 않았다.
시간이 더 지나자
사람들은 모델 X를 실제로 타본 사람보다
영상으로 본 사람이 더 많아졌다.
“진짜 멋있었지.”
“시대를 너무 앞서갔어.”
“명차는 원래 불편한 법이야.”
민수는 그 말들에 반박하지 않았다.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아빠 차는 왜 문이 위로 열려?”
민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땐… 그렇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어.”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민수는 그 표정을 보며 깨달았다.
이 차는 완벽해서 기억되는 게 아니다.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남았다.
주차장에서 팔콘 윙 도어가 천천히 올라갔다.
이번엔 한 번에 열렸다.
민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럴 때만 보면 진짜 명차 같단 말이지.
그 차는
그렇게,
나중에 명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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