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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리얼리즘-2편] "모델X, 정상입니다!" 본문

정상입니다
민수는 오늘도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있었다.
주소를 외울 필요는 없었다. 네비보다 몸이 먼저 기억했다. 입구의 경사, 자동문이 열리는 타이밍, 그리고 대기실 특유의 냄새. 커피와 체념이 섞인 향.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민수는 준비해 온 문장을 꺼냈다. 이 문장은 이미 여러 번 리허설을 거쳤다.
“불편하다기보다는… 확인차요.”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테슬라 오너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었다.
“팔콘 윙 도어가요.”
민수는 말을 골랐다.
“왼쪽은 0.8초 늦고, 오른쪽은 닫힐 때 숨을 쉬는 것 같아요.”
직원은 태블릿을 보며 말했다.
“정상 범위입니다.”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답이었다.
이 차에서 ‘정상’이란 말은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모두에게 나타난다는 뜻이었다.
대기실에는 동지들이 있었다.
모델 S 오너는 풍절음 이야기를 하며 “귀가 예민해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탓했고, 모델 Y 오너는 트렁크 수분 유입을 두고 “세차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모델 X 오너는 말수가 적었다.
다들 알고 있었다. 말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약해진다는 걸.
민수의 차는 단종 예정이었다.
그 사실은 사람을 묘하게 만든다.
하자가 단점이 아니라 유산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요즘은 못 만드는 차죠.”
누군가 말했다.
“지금 모델 X는… 철학이 있어요.”
민수는 그 말을 마음속에서 곱씹었다.
철학.
문이 한 번에 안 닫히는 것도 철학,
단차가 미묘하게 다른 것도 철학,
업데이트 후 잘 되던 기능 하나가 사라지는 것도 철학.
OTA 알림이 뜨면 민수는 기도했다.
“이번엔 도어 말고 다른 거 고쳐줘…”
업데이트 후, 도어는 그대로였고
대신 사이드미러가 접히다 말았다.
민수는 커뮤니티에 글을 썼다.
모델 X 미러 접힘 오류 있으신 분?
댓글은 빠르게 달렸다.
– 전부터 그랬어요 정상
– 제 건 더 심한데요
– 그래도 이 차만한 게 없음
– 단종이라 더 소중함
– 하자 감수 못하면 테슬라 타면 안 됨
민수는 마지막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내는 물었다.
“그래서 고쳐졌어?”
민수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응, 정상이라네.”
그날 밤, 주차장에서 팔콘 윙 도어가 열렸다가 멈췄다.
민수는 잠시 올려다봤다.
천장과 도어 사이의 미묘한 거리. 늘 이랬다.
그는 수동으로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이번엔 닫혔다.
“봐.”
민수는 혼잣말했다.
“말 잘 들을 땐 또 잘 들어.”
그는 차를 사랑했다.
불편함까지 포함해서.
아니, 어쩌면 불편함 때문에.
민수는 다시 커뮤니티에 글을 썼다.
그래도 다음 차도 테슬라 가실 분?
댓글은 순식간에 달렸다.
– ㅋㅋㅋㅋ
– 당연
– 욕하면서 탐
– 이게 마지막 X라서
– 하자도 추억임
민수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차는 문제가 많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그걸 문제라고 부르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그게 테슬람이었고,
민수도 그중 하나였다.
Meritocrat @ it's electr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