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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리얼리즘-1편] 모델X 팔콘 윙 아래에서 본문

팔콘 윙 아래에서
민수는 오늘도 중고차 카페를 새로고침했다.
“모델 X 단종 확정 임박”이라는 글이 또 하나 올라왔다. 제목 뒤에는 어김없이 느낌표 세 개. 느낌표는 언제나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스스로를 테슬람이라 불렀다. 스스로 붙인 이름이었다. 전기차를 신봉하고, 일론의 트윗을 해석하며, OTA 업데이트를 계시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 민수는 그중에서도 특히 모델 X파였다. 팔콘 윙 도어가 처음 공개됐을 때, 그는 회사 회의실에서 몰래 영상을 보다 “와…” 하고 소리를 내서 팀장에게 혼났다.
문제는, 이제 살 차례가 됐다는 거였다.
민수의 노트북 바탕화면에는 엑셀 파일 하나가 떠 있었다.
파일명: 모델X_하자정리_최종_진짜최종.xlsx
1번 탭: 도어
– 팔콘 윙 비 오는 날 닫히다 멈춤
– 주차장 천장과 교감 실패 사례 다수
– 센서 민감도: 예민한 고양이 수준
2번 탭: 조립
– 패널 단차: 제조 철학인가?
– 고속 주행 시 풍절음: 자연과의 소통
3번 탭: AS
– “정상입니다”라는 주문
– 수리 후 다른 곳에서 소음 발생 (순환 구조)
민수는 한숨을 쉬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식은 아메리카노는 언제나 결정 장애의 맛이었다.
그때 유튜브 알림이 떴다.
“모델 X 오너 3년 차 솔직 후기 (그래도 또 삽니다)”
영상 속 남자는 웃고 있었다. 도어가 한쪽만 열리는 장면에서도 웃었고, 서비스센터 대기실에서 네 시간째 기다리는 이야기에서도 웃었다.
“불편한데요.”
남자는 말했다.
“근데… 이 차는요, 타면 이해돼요.”
민수는 노트북을 닫았다. 다시 열었다. 다시 닫았다.
아내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당신, 그거 사면 하자 나와도 ‘감성’이라 할 거잖아.”
정확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단종 예정이라는 말이 오히려 마음을 더 흔든다는 걸.
지금 아니면 영영 못 탈 수도 있다는 공포가, 합리적 판단을 조금씩 녹이고 있다는 걸.
밤이 깊어졌다. 민수는 테슬라 홈페이지를 열었다.
모델 X. 주문하기.
마우스 커서는 버튼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이건 투자야.”
그는 중얼거렸다.
“아니, 신념이지.”
클릭.
주문 완료 화면이 뜨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하자는 오겠지. 도어는 언젠가 삐걱댈 것이다. 서비스센터와는 가족보다 자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수는 알고 있었다.
팔콘 윙 아래에서 아이가 뛰어들 때,
고속도로에서 무소음에 가까운 가속을 느낄 때,
OTA 알림이 뜰 때마다 설레는 그 순간들.
그 모든 불합리함을, 그는 또다시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민수는 다시 엑셀 파일을 열었다.
파일명을 바꿨다.
모델X_하자정리_추억편.xlsx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테슬람의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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